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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되는가

왜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되는가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1.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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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봉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실무위원

어려울 때는 부유해지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생활은 여유롭고 일터는 더 안전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보기 좋게 이런 꿈을 배반한다. 보다시피 대기는 미세먼지로 가득차고 일터에서는 재해가 속출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산재 사고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1천여 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명이 일하다 죽는 셈이다.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군의 신분은 한국서부발전(주)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의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용균 군과 같은 계약직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정책 아래 급속히 증가했다. 자본은 끊임없이 비용절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998년에 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간접고용의 상징과도 같은 법이다.

고 김용균 군 어머니는 아들이 차가운 시신이 되어 영안실에 누워 있는 동안 이렇게 외쳤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용균이의 동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일을 하려면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문제는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김용균 군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원청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2010년~2018년까지 13명 사망했는데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서부발전은 산업재해가 없다는 이유로 2013~2017년까지 산재보험료 22억4679만원을 감면받기까지 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다행히 김용균 군의 죽음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부분적으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김용균 군 죽음의 배후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01년 4월에 자사의 발전부문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의 자회사로 분리했다. 전력사업의 구조를 개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처음에는 6개사 모두 한국전력이 100% 지분을 보유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한국전력은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의 지분매각을 시작했다. 고 김용균 군이 소속되어 일한 한국발전기술은 2014년에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전문'이 52.43%의 지분을 소유하며 인수했다. 이 사모펀드사는 태광실업이 당시 남동발전의 자회사였던 한국발전기술의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48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바로 이 사모펀드가 2016년에는 한국플랜트서비스를, 2017년 에이스기전을 연이어 인수했다. 당시 총 7개의 발전정비업체 가운데 3개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업계에선 사모펀드의 특성상 단기이익 창출에 몰두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되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한국발전기술은 정비인력 양성이나 기술개발을 등한시하고 이익창출에만 신경을 썼다. 김용균 군 죽음의 배후에는 이처럼 고수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도사리고 있다.

사모펀드사들은 근래에 급속히 확대된 발전정비 분야와 SRF(고형폐기물연료)열병합발전, 산업폐기물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젊은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 뒤에는 이처럼 자본의 성격 변화가 그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년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공익성이 높거나 위험도가 높은 산업에 대한 투기적 자본의 접근을 막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자본이 되도록 하는 게 문제 해결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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