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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방학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8.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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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연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장 교사

방학은 ‘배움을 놓다.’란 뜻이다. 학생들이 일년내내 열심히 공부하다 잠시 배움을 놓고 쉬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기간이나 시기는 조금씩 달라도 세계 대부분 나라 학교에서 방학이 있는걸 보면 공부는 잠시 쉬면서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보다. 사실 배움은 한시라도 놓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다시 배움을 바라보면 더 큰 배움을 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계기도 될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방학이 있었을까? 방학이라고 특별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서당’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일정을 잡고 시원한 나무 밑으로 가 시도 읊고, 가까운 계곡으로 가 물놀이도 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대학인 ‘성균관’은 방학은 없었지만, 기숙사 생활을 한 유생들은 잠시 집에 돌아가 세탁도 하고, 조금 쉴 수 있었다고 한다. 

문화와 풍토와 날씨가 천차만별인 세계 여러나라의 여름방학도 다양하다. 여름에 더운 유럽쪽 여름방학은 무척 길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10주가 넘는다. 독일, 덴마크,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나라도 6주에서 10주 정도 된다. 우리나라는 평균 3주 정도 한다고 하니 정말 많은 차이가 난다. 물론 방학이 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 더위나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개학해서 다시 공부하려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기 시작과 끝은 방학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교육계 쪽에서는 계속해서 학제개편과 함께 학기 시작 시기도 거론하고 있지만, 한번 굳어진 관습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교육 쪽 제도는 잘 고쳐지지도 않고, 고치기도 힘들다. 초등학교를 초등학교로 고치는데 몇 십년 걸린걸 보면 잘 아실 것이다. 2월 눈보라 칠 때 졸업식을 하고, 3월 추울 때 두꺼운 외투에 장갑끼고 입학식을 해야 하는 풍경이 좀 더 좋은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방학이 조금 길었다. 겨울철은 긴 계절 탓으로 난방비가 많이 들어서 길었고, 여름철은 교실에 특별히 냉방기가 없어서 길었다. 어느 정도 경제 수준이 좋아지고 교실에 냉난방기도 현대적으로 바뀌자 방학 기간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아마 우리나라 교육의 존재가 되는 11월에 입학시험인 수능일 것이다. 낼 모래가 수능인데 쉴 틈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방학이라도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도 배움을 놓지 않는다. 즉 방학이 아니다. 방학기간 일정을 짜 학원에 등록하고, 학교도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 특별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보충학습 형태의 교육도 마련되나 보다. 방학이라 해서 특별하게 아이들을 돌볼만한 사람이 없으면 집에 아이들만 방치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는데 혼자 덥다고 집에 누워 있게 할 부모는 없을 것 같다. 뭔가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이란 놈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학생이 방학이면 교사도 휴가를 한다. 일부에서는 교사의 휴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 부당하다고도 한다. 신의 직장이라고도 한다. 교사는 잘 가르치기 위해서 잘 배워야 한다.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동전 양면이다. 교사들은 학기 중에도 끊임없이 배우지만, 학기중에 하기 힘든 특별하게 배움은 학생들이 방학을 한 틈을 타서 한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하게 지도하려면 교사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또한 교사들에게는 한번 배워 평생 써 먹는 고정된 지식보다 다양하고 다변화된 지식과 소양과 철학들이 함양되어야 한다. 요즘에는 교사들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 힐링프로그램도 많이 찾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시 가르칠 수 있는 힘이 없다.

방학 즈음에 한 번씩 들려 오는 ‘교사가 미칠만 하면 방학이고, 학부모가 미칠만 하면 개학이다.’란 말이 있다. 참 씁쓸한 말이다. 교육하기 힘들다는 표현일텐데, 가르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말이 회자 되다니!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즐겁고 신나는 방학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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