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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한글 전용, 한자 문맹

기사승인 2019.10.08  16: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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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의 70% 한자 단어, 동아시아 문화권 언어 한자와 조화 절실

해마다 10월 9일 ‘한글날’이 다가온다. 성군 세종대왕이 누워계신 여주에서 맞는 한글날의 느낌은 남다르다. 국민 90%가 “한글은 아름답고 과학적이다”고 여기고 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제정 연원을 알 수 있는, 자부심 넘치는 언어다. 소리글자의 편리한 구성원리를 적용하면 몇 시간 만에 외국인도 한글을 바로 읽을 수 있다는 건 경이적 접근이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 엄지족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천지인’에 기초한 휴대전화 입력방식도 따지고 보면 세종대왕님의 은덕이다.

경사스러운 <한글날>을 맞아 무슨 ‘초(醋)’ 치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어문생활과 관련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글 전용’문제다.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 근거하여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만들고, 필요한 경우에 한자나 외래어는 괄호 안에 병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자의 병기는 귀찮기도 하지만 ‘출판경제’라는 측면에서 공문서는 물론 대부분의 인쇄물에서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한글로 써 놓아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한자가 필요없다고 말한다.

어려운 공무원 시험을 합격해 연수받는 이들에게 ‘人生, 世界. 硏究, 學問’ 이 네 단어를 써놓고 함께 읽어보자고 하면 ‘인생과 세계’까지는 그런대로 읽어 가지만 ‘연구’에 가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놀랍게도 묵음처리다. “그까짓 거 ‘연구’가 무슨 말인지 모를까 봐 그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9급 공무원 국어시험에는 굳이 한자가 5문항이나 들어서 수험생을 괴롭힌다. 여기서 한자는 변별력을 높인답시고 좀 난이도가 센 단어나 ‘4자성어’를 출제한다.

모두가 <국어기본법>의 제정 취지에 충실하게 순응하며 편하게 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다. 국어기본법에는 ‘언어민족주의’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제1조에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를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글의 70%가 한자 단어다. 그냥 외워서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 뜻글자(표의문자)의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익혀진다. 그렇다고 소리글자인 우리 한글의 효용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정서,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언어’로서 “따사롭다‘ ’푸르스름하다‘ ’꽃샘바람‘ 따위의 말은 한자로는 표현 불능이다. 그러나 한자어를 빼고 나면 동아시아권의 인문학은 표현할 길이 없다는 학자들의 말 또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건 전문가의 영역이고 ”우리는 한글 번역을 통해 알면 된다“는 태도도 지나친 국수주의다.

작고한 김종필 국무총리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글만 써서는 자기 성(姓)도 모른다. 柳, 劉, 庾 모두 유(류)씨다.“ 한창 조국(祖國) 대한민국이 법무부장관 임명 찬반 청백전으로 뜨거운 이때, 주인공 조국(曺國)만 해도 그가 우리 조가(趙家) 집안 인지 아닌지는 한자를 써놓고 봐야 확실해진다. 청주공항 근처의 마을 비상리(飛上里)와 비하리(飛下里)는 한자가 아니라면 ’비상이 걸렸나?‘ ’날 깔보냐?” 따위의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느새 우리글은 몽땅 한글 문장으로 가버렸다. 친절한 작가나 기자가 아니면 귀찮아서라도 “문맥으로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이다. 교과서에 한자 혼용을 금지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이나 한자를 초중등학교 필수 교육에서 배제한 ‘교육부 고시’ 이후로 우리 출판, 어문의 대세로 굳어져 버렸다. 2016년 “한자도 우리 글이다.”는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한글전용 ‘전원일치’ 합헌판결로 참패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영어를 비롯한 서양 언어와 정체불명의 조어는 거리 간판과 매체자막을 뒤덮어버렸다. “한글을 멀리하자”가 아니다. 한글전용 일변도로 가면 “읽기는 하되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는 신문맹군이 범람하게 된다. “한자를 추가로 배우는 부담을 지우지 말라”는 주장도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1960~70년대에 초, 중등교육을 받은 우리도 한자가 학교에서 멀어지는 시대였다. 그래도 신문은 국한문을 혼용했고, 영화광고도 한자를 섞었기에 자연스럽게 한자와 친해졌다. 한글을 바탕으로 하되 한자가 동아시아 문화권 ‘언어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글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차라리 같은 내용의 책을 한글전용 교과서와 국한혼용(병기) 교과서를 함께 검인정교과서로 만들어 학생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조용연 주필 yeoju@yeojunews.co.kr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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