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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스피노자 <신학정치론>과 사상과 언론의 자유

기사승인 2019.10.08  13: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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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오늘 소개할 책은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가 쓴 <신학정치론>(1670년)이다. 스피노자는 종교박해를 피해서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해 온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신에 대한 불경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젊은 나이에 유대인 공동체에서 파문 당한다. 이후 그는 낮에는 렌즈 깎는 일로 생활하고 밤에는 독학을 해서 자신만의 철학체계를 구축한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져서 이른 시기에 유럽 전역에 유명해졌는데, 나중에 헤겔이 초빙돼서 갔던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주임교수 자리를 제안 받기도 했지만, 자유롭게 철학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이런 스피노자의 삶을 두고 후대 사람들은 철학의 내용과 실제 삶이 일치했던, ‘철학자들의 철학자’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스피노자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을 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실망하실 독자들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는 인류 역사에 큰 기여를 한 위대한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임에 틀림없다. 보통 영국의 존 로크(1632-1704)가 자유주의 사상의 핵심 가치인 종교 및 사상과 언론의 자유의 이론적 체계를 세운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사실 스피노자가 그보다 앞서 이미 상세하게 밝혔고, 오히려 로크가 자유주의 사상을 정립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스피노자가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설파한 <신학정치론>은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15장은 주로 신학과 철학의 관계를, 16-20장은 자연권, 사회계약, 정치와 종교의 관계, 국가와 개인의 관계 등 주로 정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스피노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해서 경건과 국가의 안전이 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자유를 제한했을 때 경건과 국가의 평화가 파괴된다.”

스피노자는 당대 네덜란드 통치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종교·사상·언론의 자유가 국가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 발전의 원동력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20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사상의 목적이 ‘자유’임을 선언한다.

“국가의 목적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에서 야수나 꼭두각시로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안전하게 발전시키고 그들의 이성을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그것은 또한 증오와 분노 혹은 기만에 의해 촉발된 투쟁과 상호비방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요컨대 국가의 진정한 목적은 자유다.”

이상과 같은 스피노자의 말을 기억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한 번 되돌아보자. 350년 전에 이미 스피노자는 자유가 개인의 자연권이자, 국가의 존재 목적이라고 선언했지만, 우리가 지금 사상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물론 요즘은 국가권력에 의한 강압적 탄압은 거의 사라졌지만, 오히려 극심한 진영 투쟁 속에서 이견에 대한 공격과 조롱,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서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기 검열은 훨씬 심해졌다. 상대 진영은 사라져야 할 ‘적폐’이자 청산 대상이며, 자신의 진영이 승리하는 데 적극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배신자’가 된다. 언론의 보도 내용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사실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레기’들이 양산하는 가짜 뉴스로 전락한다. 한 마디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왜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 생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진영에 매이는가? 그리고 나와 의견이 다른 것을 그토록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할 수 없으며, 그리고 모든 사람은 결코 파기할 수 없는 자연권에 의거한 자기 생각의 주인”이라고 선언했던 스피노자의 말이 가슴을 울리는 최근의 현실이다.

신철희 /여양 한강문화연구소 소장 yeoju5@daum.net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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