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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말의 땅, 여주(驪州) ‘인구절벽’을 넘어 힘차게 달려가라

검은 말의 땅, 여주(驪州) ‘인구절벽’을 넘어 힘차게 달려가라

  • 기자명 방수형 /영화배우, 대학교수
  • 입력 2019.10.14 10:04
  • 수정 2019.10.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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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형 영화배우/대학교수

 요즘은 현시대 어떠한 문제에 대해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식을 반영하고자 할 때, 자주 ‘절벽’이라는 표현을 붙인다. 일자리 창출의 문턱에서 초기 투자금에 가로 막혀버린 ‘창업절벽’, 과도한 사교육비로 어려워지는 가정경제를 호소하는 ‘교육절벽’, 생산인구의 급감으로 도시경제의 붕괴선에 봉착한 ‘인구절벽’등과 같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위기상태를   ‘절벽’이라는 말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다.

여주시는 지금 그야말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끝에 서있다. 2019년 여주의 인구는 약 11만 1천명으로 5년 전 약 11만 3천명에서 약 2천명이 감소했다. 11만 5천명이었던 10년 전에 비해서는 약 2배수인 4천 명 가량이 감소해, 5년을 주기로 약 2천 명씩 인구가 급감한 셈이다. 속수무책 상태로 인구유출이 계속된다면 근시기에 ‘시(市)’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초위기 상태를 불러올 수 있다. 지방 소도시의 인구의 감소는 양적인 측면과 인구의 노령화라는 질적인 측면이 병행되어 나타난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도시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생산인구는 곧 소비인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여주시는 도시와 비교하여 적어도 특정 측면에서는 인구를 유인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경쟁력 있는 요소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인구절벽’을 극복하고 생산과 소비의 핵심인구인 40대-50대를 유입되게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만이 지방소도시가 대도시와의 격차를 줄여내고, 지역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6차 산업은 1차 산업 단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과 유통의 2차 산업 단계와 3차 산업 단계인 농촌체험 그리고 관광 등과 복합해서 농가에 고부가 가치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으로 지역의 경제 자립도를 높이려는 국내 농업정책의 혁명과도 같은   6차 산업화는 매우 이상적인 정책으로 보이나, 1차 단계인 생산과정에 참여할 인적자본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2차 및 3차 산업 단계로의 이동과 결합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이론에 불과하다. 통계청기준 2016년도 귀농가구의 규모는 12,875가구로 전년(11,959가구)보다 7.7%증가했고 귀촌 가구는 322,508가구로 전년(317,409가구)보다 1.6%인 5,099가 증가했다. 2019년 현재까지 귀농·귀촌 가구는 꾸준한 상승곡선을 이루며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체적으로 귀농보다는 귀촌 가구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농촌이 갖는 가치와 삶의 내면적 풍성함을 추구하는 ‘더 나은 삶’에 기초한 농촌 이주현상은 70~80년대  대도시의 과밀화, 환경 문제, 대도시에서의 생활에 부적응 등에서 비롯된 이른바 ‘U턴’의 현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특이한 점은 전반적으로 전 연령대에서 귀농 · 귀촌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60대 이상의 은퇴연령층보다는 30대 이하, 40대, 50대의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중장년층 중심의 인구 유입으로는 농촌의 인구 감소를 부분적으로 늦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농촌의 인구 기반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장기적인 농촌 인구는 감소 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젊은 층의 유입현상은 도시재생을 꿈꾸는 우리에게 한 가닥 희망을 준다.

주지하듯 귀농인구와 귀촌인구가 농촌으로 향하는 데는 ‘더 나은 삶’이라는 공통된 이데아가 있지만, ‘어떻게’라는 방법적인 면에서는 확연히 구분된다. 귀농인구는 그야말로 ‘전문적인 농업’으로 , 귀촌인구는 ‘느린 삶의 미학’으로 자신들의 이데아를 이루려고 한다. 그러니 인구유입을 위한 전략도 두 그룹의 특성에 맞게 추진되어야 함이 옳다. 인구의 양적 확보도 중요하지만 확보된 인구가 다시 재 유출되는 염려를 놓으려면 도시는 그들이 정착하는데 동기부여가 될 투 트랙(Too Track) 질적 콘텐츠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6차 산업화를 가능케 할 우수한 경영주체로서의 농업인을 확보, 발굴 및 양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제는 현재 농촌의 인적구성을 고려할 때, 농촌의 내부 자체에서 이러한 인적자본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외부에서의 유입이 필요한데, 이 때 귀농·귀촌 인구가 중요한 인적자본의 공급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구의 유입이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현재의 농촌인구와 귀농·귀촌 인구를 적절히 활용하여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귀농·귀촌인을 지역농업의 승계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력풀 프로그램을 추진하여야 한다. 기존의 그리고 유입된 새로운 젊은 층을 배려한 교육 및 훈련, 창업 자본지원, 인턴십의 확대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느림(Slow)’의 미학은 ‘빨리 빨리’의 속도경쟁시대에 사는 치열함에 지친 발걸음을 자연으로 향하게 했다. 일중독에 걸린 자기 자신을 시간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삶의 여유를 갖고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저항과도 같이 시작되었다. 인간이 삶의 질적 수위는 문화예술의 향유와 맞물려 진다. 바꿔 말해 문화예술이 있는 삶속에서 인간은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입된 인구가 재 유출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 원인을 문화예술의 혜택의 한계에 두고 고려해 봄직하다. 하나의 예로, 여주시와 양평군을 통틀어 이렇다 할 문화예술회관이나 공연장시설이 없다는 건 그만큼 지역민들이 문화예술의 혜택범위에서 낙오되어 있다는 반증이 된다. 수요와 공급 면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 반복하다가는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려고 ‘느림’의 미학을 따라 마침내 우리의 곁에 온 이웃들을 다시 떠나보내야 하게 될지 모른다. 동시에 교육, 문화·예술, 여가, 의료, 복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경제 분야 활동에 이주 도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토착 주민들과의 융화로서 그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는 통합적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부디 강조하건데 ‘인구절벽’의 위기를 6차 산업화와 귀농·귀촌의 움직임 그리고 문화예술에서 그 혜안(慧眼)을 찾아 검은말의 땅, 여주가 ‘인구절벽’을 뛰어넘어 힘차게 달려 나가기를, 다시 비상(飛上)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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