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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46

기사승인 2019.11.13  08: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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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소확행

장주식 작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15명 정도가 함께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는 모임에서에요. 모임 총무가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추석 선물을 해요. 서로에게 말고 자기 자신한테요.”

오, 반전의 묘미가 있었죠. 자기한테 하는 선물이라. 다들 재미있는 표정들인데 총무가 덧붙입니다.

“회비가 좀 축적되어 있으니 3만원까지 사용 가능해요.”

“와우!”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각자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서 물건을 골라 모임장소로 배달시키라고 했죠.

“한 자리에 모여서 개봉할거에요. 포장을 뜯지 말아주세요.”

추석은 2주가 남았으니 일주일 정도 고민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고민이라기보다는 행복한 시간이었죠.

드디어 선물을 공개하는 날. 흥미진진했습니다. 3만원이 그렇게 다양하고 그렇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큰 돈이란 것도 놀라웠습니다. 블루투스, 한산소곡주 세트, 가디건, 오리발, 치질방지용 방석, 견과류, 경추안마베개 등등. 스스로 선택한 선물이니만큼 만족감은 최고였어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을 때엔 썩 만족스럽지 않아도 “너무 예뻐요.” “진짜 갖고 싶던 거에요.” 와 같은 의례적인 표현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한 선물은 굳이 표현이 없어도 희미한 미소로 진짜배기 만족을 나타내게 됩니다.

 

나는 이 경험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의 의미를 새삼 느껴보았습니다. 소확행은 불평등이 심화된 현대사회에서 꽤 큰 위안이 됩니다. 일본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0년에 출간한 수필집 『랑게르 한스 섬에서의 오후』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죠.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나는 하루키가 느끼는 소확행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다른 소확행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다 다른 다양한 소확행들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소확행이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죠.

 

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족할 줄 아는 만족은 사람의 생을 늘 만족스럽게 한다.”

 

여기서 ‘만족할 줄 아는 만족’이 바로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족할 줄 아는 만족을 지족(知足)이라하는데, 나는 이것이 노자의 핵심사상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에 허물을 짓고 재앙을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자도 이렇게 말합니다.

 

“내 탓으로 가난해 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억지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마라.”

생의 불만은 첫째가 경제적인 것이죠.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합니다. 육체를 병들게 하여 정신까지 갉아 먹는 것이죠. 그렇다면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공자의 말은 모순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가난에서 억지로 벗어나려고 애쓰다 보면 더욱더 힘 들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소확행이 없으란 법은 없습니다. 소확행은 어쩌면 부와 권력을 이룬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절실한 것일 수 있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안다면 차근차근 삶의 아름다움을 깨달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태풍이 지나간 가을입니다. 구절초 긴 줄기들이 넘어져 하얀 꽃이 땅에서 피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꿀벌과 파리와 나비가 꽃에 부지런히 들락거립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잠깐이지만 행복감을 느낍니다. 아주 작지만 확실한 행복 말이죠.

 

<노자 도덕경 46장 : 天下有道(천하유도)면 却走馬以糞(각주마이분)하고 天下無道(천하무도) 면 戎馬生於郊(융마생어교)라.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불지족)하고 咎莫大於欲得(구막대어욕득)하니 故知足之足(고지족지족)이면 常足矣(상족의)이니라.>

 

도가 살아있는 세상이면 싸움터에서 달리던 말이 똥거름을 나르게 되고, 도가 죽어버린 세상이면 싸움 말이 들판에서 새끼를 낳게 된다. 화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허물은 얻고자하는 욕망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만족할 줄 아는 만족감은 사람의 생을 늘 만족스럽게 한다.

장주식 작가 yeoju5@daum.net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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