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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정동원길’과 행정의 호들갑

기사승인 2020.06.29  12: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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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자랑 트롯 신동 , ‘정동원길’을 선포하는 자자체의 경박

‘공공의 이름’은 유행가가 아냐, 산 사람의 이름은 신중하게 붙여야

조용연 주필 

얼마 전 한 종편의 연예프로그램을 보다가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던 전통가요 트로트의 생명이 부활 되고 있는 요즘은 즐겁다. 노래에 관한 한 넘어설 수 없으리라여겼던 장벽이 무너지고, 남녀노소가 ‘트로트 음악’ 앞에 모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미스터 트롯’의 출연자는 대박이 터지고, 영탁의 막걸리에 재빨리 올라탄 시골 양조장은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간다”고 환호성이다. 그 경연에서 5위를 한 14세의 정동원은 ‘트로트의 신동’ 소리를 들을 만큼 노래 실력이 뛰어난 데다 인생 스토리 또한 짠해, 전국의 팬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문제는 ‘짝짝쿵짝’이라는 노래에 이름을 붙인 시끌벅적한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정동원길 선포식’이라는 거다. 이게 무슨 경박한 행태인가. 종편 TV와 하동군이 손뼉을 치며 기획한 일이라지만 ‘나가도 너무 나가’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유튜브에 밀리는 판에 연예 프로그램이야 시청률만 나온다면 못할 일이 있겠는가. 시청자의 눈길을 화면에 붙잡아 두려고 온갖 묘수를 동원해 목숨을 거는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행정은 그러면 안 된다. 뭐든지 ‘좀 뜬다’ 싶으면 반짝 아이디어로 승부하겠다는 공무원의 인기 영합, 한 건 한탕이 방송사 흥행마케팅에 덧칠해진 현장을 봐야 하는 국민은 괴롭다. 14세 소년이 하루아침에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가수가 되었다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지만 인기란 얼마나 덧없는가. ‘유행가’란 말처럼 지나고 나면 ‘언제 열병을 앓았더냐’는 식으로 까맣게 잊혀지기 쉬운 노래다. 물론 명곡반열에 드는 노래도 드물게 탄생하지만 그건 세월에서 건져 올려지는 것이다

아마도 2002년 월드컵에서 수훈을 세운 축구선수를 기념해 만든 수원 화성의 ‘박지성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모양이지만 그의 집 주변의 7.2km의 길을 ‘정동원길’이라고 명명하고 선포식을 기획하는 행정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도로명 주소는 ‘공공의 이름’이다. 영원히 가야 할 공공의 이름을 느닷없이 ‘트로트 소년’의 이름으로 붙여놓고 그다음은 어쩔 것인가.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그 사람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애물단지가 된 전국의 영상촬영테마파크와 닮은 행정

한때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지자체가 경쟁하듯 유치한 전국 32개의 야외세트장은 반짝인기가 사라지고 나서 애물단지로 변했다. 비바람에 노출된 조악한 세트장은 보수·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결국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폭탄 돌리기’가 되고 만다. <태양의 후예>를 촬영한 태백의 세트장은 너절해졌고. 주인공의 이혼으로 ‘태백커플축제’가 무산되고 만 것은 살아있는 사람을 기리는 일이 조심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문경의 왕건세트장은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에 속한다. 백두대간이라는 경관, 문경새재 관문, 조령산과 주흘산의 조화라는 천혜의 조건에다 시비 57억, 도비 10억, 방송사 5억을 투자하여 철근을 사용한 영구건물로 2000년에 지었다. 이후 조선조의 경복궁과 전각, 한옥 등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2019년에도 영화를 7편이나 촬영했다. 세트장 지자체 유치 열풍의 원조만 살아있다는 것은 오히려 아이러니다.

대중가요라면 차라리 ‘정두수길’부터 만들어야

역사 속 인물 하나를 ‘공공의 무대’에 세우는 데 우리는 얼마나 인색한가. 하동은 섬진강과 자연풍광, ‘토지’속 최참판댁, ‘관부연락선’의 이병주의 연고로 ‘문학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대중가요로 말하자면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삼백리 한려수도>, 남진의 <가슴 아프게>, 나훈아의 <물레방아 돌아가는데>,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 등 주옥같은 노랫말을 지은 정두수의 고향이 아닌가. 그는 생전에 3500여 곡을 쓰고, 전국에 13개의 노래비가 서 있는 전설적 국민 작사가이다. 그의 이름을 딴 길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중가요로 방향을 틀려면 차라리 ‘정두수길’부터 만드는 게 순리다.

벌써 ‘정동원 후원금 모금 중단’ 논란이 뉴스를 달구고 있다. 14세 소년이 모금을 원했겠는가. 어른들의 욕심이 자칫하면 신동의 조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는 인기 있는 신동 가수이기 전에 한창 배우고 익혀야 할 중학생이다. 고향을 빛내서 고맙기 짝이 없고, 대견하더라도 좀 더 지켜봐 주기 바란다. 제발 ‘한건주의’로 행정을 부박(浮薄)하게 만들지 말일이다.

조용연 주필  yeoju@yeojunews.co.kr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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