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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뻥쟁이 약장수와 선출직 공직자

기사승인 2020.07.06  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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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어릴적 5일장이 열리는 가남읍 태평리 선비장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불러 모으는 사람이 있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터풍경이 나올 떄 등장하는 그의 직업은 ‘약장수’다.

장터에서 국밥집을 하는 우리집에 자주 드나드는 그를 어머니는 ‘뻥쟁이’라고 불렀다. 잠시 짬을 내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그 아저씨의 입은 쉬질 않는다. 온갖 바깥동네에서 일어난 이야길 풀어내는 그의 입담에 어린 나는 넋을 놓고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 마을에 TV가 1~2대 밖에 없던 시절이니, 그는 장터를 돌며 소식을 전하는 언론인이었고,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담은 포대자루와 꼬마 원숭이를 데리고 흙바닥 무대에 서면 연예인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와 “이제 이 약의 소개를 마치면 오늘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머리가 둘 달린 뱀, 이름하여 쌍두사(雙頭蛇) 묘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쌍두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꼬마 원숭이가 약통을 머리에 이고 돈을 꺼낸 어른에게 약을 배달하는 것만으로도 깔깔거리며 웃던 관중들이 다시 쌍두사에 관심을 보이면, 작대기로 포대자루를 툭 건드리면 뭔가 꿈틀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늘 애가 상태가 안좋네, 조금 이따가 보여줄께”라며 위기를 모면하고, 파장 무렵이면 어느새 사라져 버린 그 약장수는 어머니 말대로 ‘뻥쟁이’였다.

뻥쟁이 장터 약장수는 최소한 그가 만병통치에 가까운 효능이 있다고 침 튀기며 선전하며 파는 것에 대해 대부분은 구경 값 주는 셈치고 지갑을 열었으니, 그 피해라고 해봐야 그저 참을만한 것 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과 관련된 일을 하겠노라고 나선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민들이 선출직을 뽑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 그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장터의 뻥쟁이 약장수처럼 쌍두사를 보여주겠노라 약속하다가 약만 팔아먹고 파장 무렵 도망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났다. 꽤나 많은 일을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동안 뭐했느냐고 질책하는 사람도 있다.

한 때는 2600여년 전 초나라 장왕(莊王)의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새’이야기처럼, 2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새가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르고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한번 자리에 오르면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왕이 아닌 4년 짜리 기간제 공무원이라면 유권자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하늘로 차고 올라 한번 울어야 한다.

오늘의 일에는 설계도가 필요하고, 내일의 일에는 철학이 필요하며, 먼 미래의 일에는 스케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스케치라도 오늘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잠시 뒤로 미뤄도 된다.

‘쌍두사를 보여주겠다’던 뻥쟁이 장터 약장수의 멘트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라도 주지만, 설계도가 아닌 희망 스케치만 보여주며 ‘곧 좋아진다’고만 하는 정치인의 멘트는 시민들의 분노만 살 뿐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작은 일이라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2년전 뙤약볕 아래서 당신들이 말한 ‘시민을 위해 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뻥쟁이 약장수’가 아난 ‘일쟁이 정치인’이 되는 길이다.

이장호 기자 yeojupen@daum.net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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