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떠나지 못한 갯벌이
밀물에 나를 밀었다
아니 썰물에 신발도 벗겼다
다시 물 때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평생을 팽팽히 당긴 등허리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구부려 신음할 때
검푸른 조수와 싸우던 갯것들과
속사정 다 아는 갯내음 호미를 던졌다
마지막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오늘도 갯벌을 굽어보던
들머리에 나와 새 호미로 황토를 맨다
짠바람을 견딘 더 묵직한 것들,
고구마, 우엉이 굵기를 기다린다.
잔망스런 조수(潮水)를 간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잰걸음으로 가는 한 해 뒷꼭지를 붙잡는 석양
잿빛으로 돌아오는 이국의 며느리에게
황토빛 웃음으로 다독인다
제발로 갯벌을 드나들 때가 봄날이었다고
그저 바라만 보더라도 이 길섶이 내 자리다
* 완도로 건너가는 해남 북평면에서 만난 전동휠체어 하나.
이제는 할머니가 된 갯마을 아낙을 싣고 온 터이겠다. 더는 갯벌에서 장화 신은 발을 뺄 힘도 없어진 신세가 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평생 놓지 못하는 호미, 기다시피 쪼그려 밭을 매며 간간이 손그늘을 만들고 바라다보는 갯벌, 옛터,
멀리 가지 못했다. 오래도록 머물 자리도 소금으로 간한 이 황토 언저리일 터이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